— __-__.__

똥을 보고

5월 12일, 토요일. 사운드 수업 교수님, 동료 수강생들과 함께 백남준아트센터에 다녀왔다. 아트센터에서는  ”x_sound : 존 케이지와 백남준 이후”라는 존 케이지 관련 특별전이 진행 중인데 수업에서 존 케이지가 많이 언급되기도 하고, 마침 그 날 존 케이지 작품 연주회도 있으니 바람도 쐴 겸 겸사겸사 같이 가보자는 교수님의 제안이었다. 작은 연주회는 존 케이지 작품의 실연을 처음으로 접했다는 것에 의의를. 전시는 기대했던 것 보다는 별로였다. 그보다도…

원래 집합 시간은 오후 2시였지만, 오전에 먼저 도착해 전시를 둘러보고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잠시 1층 화장실에 갔었는데 어느 칸의 문을 열었더니 변기 속에 똥이 막 나온 상태 그대로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황급히 문을 닫고 나왔다. 잠깐이었지만 그 이미지가 머리 속에 생생히 남아 있었다. 그 굵기와 모양으로 보아 많이 먹고 오래 참은 뒤 배설된 것이 확실 해 보였다. 실은 최근에 이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한 번 더 있었다. 3월 31일, 토요일 아트선재센터. 2층에서는 “Abstract Walking”이라는 김소라 작가의 개인전, 3층에서는 “북조선 펑크 록커 리성웅” 展이 진행중이었다. 그 날 김소라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가 있었는데 토크 보다는 “프로메테우스의 불” 안무 사부,  정영두 선생님이 참여한 작업이 궁금해서 들렀던 터였다. 3층 화장실에 갔는데 우측 칸 변기 속에 똥이 있었다. 한 사람의 뱃속에서 나온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많은 양이었다. 나는 서둘러 물을 내리고 몸을 돌렸었다. 아트센터 화장실의 똥이라…  ‘이것도 일종의 퍼포먼스일까? 북조선 펑크 록커 리성웅의 흔적인가?’ 따위의 쓸데없는 감상이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다. 자신의 똥을 통조림으로 만들어 팔았던 피에로 만쪼니의 행각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런데 또 다른 아트센터에서 그만큼 거대한 똥을 다시 만난 것이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변기의 물을 내려주지 않고 그냥 돌아섰다. 왠지 그래야만할 것 같았다. 클린턴 대통령과 악수 하던 중 입고있던 바지가 흘러내렸던 백남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속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워낙 자극적인 이미지를 접한 터라 자꾸 이런 터무니 없는 정보들이 생각나는 것을 막기 힘들었다. ‘백남준아트센터와 왠지 어울리는 몽따주 아닌가… 전국, 아니 전 세계 아트센터들을 돌아다니며 이런 퍼포먼스를 해볼까?’ 이런 상상을 하는 내가 부끄…러울 건 전혀 없고, 어쨋든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스럽게 곱씹어보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돌아와 카페에 앉아있는데, 방금 보았던 그 이미지가 자꾸 떠올랐다. 특이한 것은 아트선재센터에서의 그것, 백남준아트선재센터에서의 그것 모두 매우 양이 많았었다는 것이다. 아아, 현대인은 너무 많이 먹는다. 육식은 또 얼마나 자주 하는지. 계층에 관계없이 육식을 하게 된 것이 불과 50년도 되지 않는다. 오직 식용을 목적으로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육류 제품이 기업적으로 생산된다. 엄청난 양이다. 파리의 평온한 일상과 도살장의 도살 장면을 병치했던 조르주 프랑쥐의 <짐승의 피>, 역시 기업형 도축이 언급되는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패스트푸드 네이션>이 생각난다.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지금의 육류 소비 행태는 매우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템플 그랜딘 여사의 경우 “비학대적 도축시설 설계”라는, 그 공헌은 전제가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자폐증을 극복해낸 것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지만 왠지 그녀 뒤에 도축기업 로비스트들이 숨어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육식을 비롯한 폭식을 조장하는 사회…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많이 먹는다는 행위”, 즉 식제품의 대량 소비는 유감스럽게도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런 판단을 하고난 뒤부터 의식적으로 먹는 양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적게 먹다보니 1차적으로 눈에 띄는 변화가 줄어든 배설량이었다. 필요 이상의 영양분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다. 퇴사하고 최근 1년 간, 뭐 이런 경험을 했던지라; 아트센터에서 마주쳤던 거대한 똥의 이미지가 유난스럽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것은 마치 과잉 소비를 조장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비꼬는 설치미술작품 같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
ㅋㅋ
ㅋ 

 

 

 

0 comments
Submi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