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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정말이지 나는 때로, 피로라는 육체적인 관념을 감히 제거할 생각을 했다. 또 어떤 때에는 나는 교체의 자유를 실천하기를 훈련했다: 감동, 생각, 일 등이 중단되고 또 다시 시작될 수 있는 상태에 매 순간 놓여 있도록 했다. 그리하여 그 감동, 생각, 일을 노예처럼 쫓아내거나 되불러들일 수 있다는 확신이, 그것들에 꼼짝할 수 없이 사로잡힐 일체의 가능성을, 그것들에 대한 일체의 구속감을 배제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보다 더 나은 정도에까지 나아갔다: 나는 하루 일정 전체를, 내가 일단 취택하여 버리지 않을 생각을 중심으로 정리했고, 나에게서 그 생각을 좌절시키거나 나의 관심을 거기에서 분산시킬 만한 모든 것, 다른 영역의 계획들이나 일들, 중요하지 않은 말들, 그날 일어나는 수많은 자질구레한 사건들은 그 생각에, 마치 포도 나무 가지들이 기둥의 주간에 기대듯이, 지탱되는 것이었다. 또 다른 때에는 반대로 나는 문제되어 있는 것을 한없이 나누기도 했다: 각각의 생각, 각각의 일은 아주 많은 수의 더 작은 생각들이나 일들로 부수어져 분할되어, 손아귀에 잘 거머쥐기에 더 쉽게 되는 것이었다. 취하기 힘든 결심들은 미세한 결정들의 먼지로 분쇄되어, 그 결정들이 하나씩 하나씩 취해지고 연계됨으로써 필연적이고 용이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내가 가장 철저히 노력을 기울였던 것은 여전히, 모든 자유들 가운데 가장 힘든 자유, 수락의 자유에 대해서였다. 나는 내가 처해 있는 상태를 바랐다. 내가 주위에 의존해 있던 시절, 나의 그 예속적인 상태는, 내가 그것을 유익한 훈련으로 여기기를 받아들일 때, 그것이 가지는 쓰라림이나 심지어 모욕적인 것도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선택했으며, 다만 그것을 전적으로 소유하고 가능한 한 가장 잘 음미하도록 했다. 더할 수 없이 지루한 일이라도, 거기에 열중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나의 마음에 들기만 하면, 힘들지 않게 이루어졌다. 한 대상이 나에게 혐오스럽게 느껴지면 곧, 나는 그것을 검토의 대상으로 삼고, 거기에서 즐거움의 동기를 이끌어내도록 나 자신을 능란하게 강제했다. 예견치 못했거나 거의 절망적인 사태, 적군의 매복이나 해상 폭풍우 같은 상황에 마주쳤을 때, 다른 사람들에 대한 모든 조처가 취해진 후, 나는 그 우연을 환대하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예기치 못한 것을 즐기기에 전념하는 것이었는데, 그러면 그 매복이나 폭풍우는 마찰 없이 나의 계획이나 갈망 속에 통합되는 것이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1권, p.79~80, 민음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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