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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respondencia     Correspondence
          Correspondance
               꼬레스뽕당스, 교감?

   호세 루이스 게린(Jose Luis Guerin)이 요나스 메카스(Jonas Mekas)에게 보내는 “영화-편지”에는 호세 루이스 게린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창문에 반사된 모습이나 그림자로 등장할 뿐이다.  요나스 메카스는 스스럼없이 그의 주름지고 검버섯핀 얼굴을 카메라 앞에 들이댄다. 게린의 얼굴은 그의 작품이 아니라 메카스의 영화-편지에서 발견된다. 메카스가 오래된 필름 슬라이드를 살펴보는 장면에서, 그가 아마도 지금 게린의 나이 정도였을 무렵에 찍혔을 법한 필름이 카메라에 잡힌다. 아흔을 바라보는 노작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주름이 없는, 젊은 요나스 메카스의 얼굴. 그 안에서 지금 호세 루이스 게린의 얼굴을 본다.

   [서신 교환]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글에서 유운성 평론가는, 앙트완 베르만과 폴 리쾨르를 경유해 “영화-편지 교환은 모놀로그의 씁쓸함 속에 갇히지 않고 낯선 것이 주는 시련을 통해 스스로의 낯섦을 깨닫기 위한 ‘언어적 환대’(linguistic hospitality)로서의 번역과 유사한 것”으로 설명한다. 환대. 알랭 그르니에는 그의 아버지 쟝 그르니에가 조르쥬 뻬로스라는 청년에게 보낸 답신에 대해, 그것은 “환대하는 내용이기는 하나 간결하며 신중”(Geroges Perros-Jean Grenier, Correspondance[1950~1971])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다소간의 긴장감이 서려있는 환대. 때때로 침묵하는 스크린. 

   아래 편지글은 또 다른 환대. 내게도 힘을 주었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작가 지망생 프란츠 카푸스에게 보내는 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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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1908년 성탄절 다음 날.
   
    친애하는 카푸스 씨,
   당신의 아름다운 편지를 받고 내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당신은 아십니까? 당신이 주신 소식은 현실적이고 명백해서 좋은 소식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오래 생각할 수록 그 소식이 실제로 좋은 소식이라는 느낌이 더 강해집니다…  이번 성탄절 휴일 동안 나는 자주 당신 생각을 했고, 큰 남풍이 산을 한꺼번에 집어삼킬 듯이 불어닥치는 텅빈 산과 산 사이에 있는 쓸쓸한 요새 안에서 당신이 얼마나 적막할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 직함과 제복과 업무, 잡을 수 있고 제한된 이 모든 것들은 그 수가 많지 않은 고립된 부대원들과 함께 있는 그런 환경에서는 진지함과 필연성을 띠게 됩니다. 그것은 군인이라는 직업상의 유희적인 요소와 시간보내기를 넘어 주의 깊은 응용을 의미하며, 독자적인 주의를 허용할 뿐만 아니라, 그런 주의를 갖도록 교육시키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때때로 위대한 자연의 사물 앞에 세워놓는 상황 속에 우리가 있고, 그 상황이 우리에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우리가 필요한 전부입니다.

   예술도 살아가는 방법일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가면서 모르는 사이에 예술을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비현실적인 얼치기 예술적 직업에서보다는 모든 현실적인 일 안에서 예술에 더 가깝게 이웃해 있습니다. 그런 직업은 예술에 가까운 체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예술의 현존재를 부인하고 공격하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이 그 안에 빠져드는 위험을 극복하고, 어디선가 거친 현실 속에서 고독하고 용감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다가오는 해가 당신을 그런 상태로 지켜주고 더 힘을 주기를 바랍니다. 

변함없는 당신의 R. M. 릴케
([릴케의 편지], p.93~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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