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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경복"

  

임소요

11월 3일, 영상자료원에서 ‘최시형’ 감독의 <경복>을 보고 왔다. 뭐랄까, 그냥 이성의 끈을 모두 풀어 놓고 굉장히 편안한 상태에서 관람을 하고 나왔다. 아, 신이수 형님의 깐죽거리는 연기는 정말 일품이었다(올해 인디포럼은 일이 많이 겹쳐서 영화를 보러 갈 수 없었는데 딱 하나, 신이수 감독의 <너에게 간다>가 포함된 섹션은 보고 왔다. 우리들의 절름거리는 로맨스, <너에게 간다> 나이스).

<경복>에서는 어느 순간, “정은임의 영화음악”이 흘러나온다. 정은임 그리고 정성일의 목소리. 정은임 아나운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너무 농도가 진한 말들을 하기 때문에, 가끔 체하는 느낌”을 들게할 정도의 그 감정선을 가지고 정성일은, 지아장커가 <임소요>를 만들게 된 스토리를 들려준다. 나는 그 방송을 기억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 정은임의 영화음악 팟캐스트를 뒤져보니 그것은 2004년 1월 21일에 방송된 내용이었다. 내가 이제 막 신병 티를 벗기 시작할 때 쯤, 라디오를 마음 놓고 들을 수 있게 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들었던 방송. 구정 연휴가 시작될 때라 부담없이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이 방송을 기억하는 건 이 방송 때문에 나중에 임소요를 찾아 보았기 때문이다. <소무>, <플랫폼>, <임소요>를 모두 군인 신분일 때 보았다. 

전역하고 처음으로 맞이했던 겨울, 볼빨간씨가 진행하던 원음방송의 “한밤의 음악여행”에 애청자로 출연했을 때, 내가 선곡한 노래를 틀어놓고 볼빨간씨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정은임씨 얘기가 나왔었다. 볼빨간-서유다 형님도 워낙에 라디오 매니아이시기때문에… 정은임 아나운서의 존재는 우리 둘에게 매우 각별한 것이었다.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며… 우리가 방송을 함께 했던 그 원음방송 방송국 바로 앞이 정은임씨가 교통사고를 당했던 곳이다. 방송을 끝내고, 그 사고 장소에서 잠시 서성이다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 

뭐, 그냥 그랬다는 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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