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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사직공원"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시작되고 해원이 그녀의 엄마와 사직공원을 걷는다. 나는 2012년의 어느날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날 나는 종로도서관을 방문해 어떤 책을 빌렸거나 혹은 반납을 했고, 도서관을 나와 사직공원 입구 즈음에서 ‘이제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에 경복궁 방향에서 내 쪽을 향해 걸어오던 한 남자를 바라보게 되었다. 홍상수 감독이었다. 녹색 패딩을 입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닐 수도 있다. 옷차림이 두꺼웠던 것은 확실하다. 계절은 아마도 늦겨울, 초봄이 아니었나 싶다. 두 명의 여성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아직 멍하니 서 있었고 세 사람은 사직공원 쪽으로 걸어간다. 공원 앞에 파룬궁을 홍보하는 패널이 있었는데, 그들은 그 앞에 서서 잠시 그 홍보물들을 바라보다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 멈춰 서지 않았을 수도 있다. 로케이션 헌팅 때문에 사직단에 왔나보다 생각했다. 두 여성은 함께 일하는 영화 스탭일 것이다. 그들의 뒤를 따라 사직 공원으로 들어갔다. 나는 공원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멈춰섰다. 그냥 빨리 학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그들의 뒷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그때 그 사진을 확인하고 싶어서 폰 사진들을 옮겨놓은 하드디스크를 뒤져 본다. 사진이 많아서 쉽게 찾기 힘들다. 당시 날짜를 가늠하기 위해 종로도서관 홈페이지, 정확히는 서울시교육청 평생학습관/도서관 시스템에 로그인 해 대출/반납 기록을 살펴본다. 총 대출 자료수는 105권으로 나오고 검색 첫페이지에는 검색 결과가 10건 밖에 안 나오는데 뭔가 오류가 있는지 검색결과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아 다른 대출/반납 기록은 조회를 할 수가 없다. 확인 가능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2012년 4월 25일에 대출해 5월 18일에 반납한 [우리 안의 과거]. 4월 말에 패딩을 입었을리 없다. 그날 나는 ‘우연히 홍상수를 보았다’는 내용의 트윗을 작성했었는데, 몇 시간 후에 지워버린 기억이 있다. 트윗을 삭제하지 않았다면 그 날이 정확히 몇일이었는지 알 수 있을텐데. 영화의 크랭크인 날짜를 검색해 본다. 3월 15일. 헌팅은 그 이전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 정도의 내용을 단서로 사진을 찾아본다. 사진을 찾을 수 없다. 아마 사진을 찍지 않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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