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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나는 때로, 피로라는 육체적인 관념을 감히 제거할 생각을 했다. 또 어떤 때에는 나는 교체의 자유를 실천하기를 훈련했다: 감동, 생각, 일 등이 중단되고 또 다시 시작될 수 있는 상태에 매 순간 놓여 있도록 했다. 그리하여 그 감동, 생각, 일을 노예처럼 쫓아내거나 되불러들일 수 있다는 확신이, 그것들에 꼼짝할 수 없이 사로잡힐 일체의 가능성을, 그것들에 대한 일체의 구속감을 배제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보다 더 나은 정도에까지 나아갔다: 나는 하루 일정 전체를, 내가 일단 취택하여 버리지 않을 생각을 중심으로 정리했고, 나에게서 그 생각을 좌절시키거나 나의 관심을 거기에서 분산시킬 만한 모든 것, 다른 영역의 계획들이나 일들, 중요하지 않은 말들, 그날 일어나는 수많은 자질구레한 사건들은 그 생각에, 마치 포도 나무 가지들이 기둥의 주간에 기대듯이, 지탱되는 것이었다. 또 다른 때에는 반대로 나는 문제되어 있는 것을 한없이 나누기도 했다: 각각의 생각, 각각의 일은 아주 많은 수의 더 작은 생각들이나 일들로 부수어져 분할되어, 손아귀에 잘 거머쥐기에 더 쉽게 되는 것이었다. 취하기 힘든 결심들은 미세한 결정들의 먼지로 분쇄되어, 그 결정들이 하나씩 하나씩 취해지고 연계됨으로써 필연적이고 용이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내가 가장 철저히 노력을 기울였던 것은 여전히, 모든 자유들 가운데 가장 힘든 자유, 수락의 자유에 대해서였다. 나는 내가 처해 있는 상태를 바랐다. 내가 주위에 의존해 있던 시절, 나의 그 예속적인 상태는, 내가 그것을 유익한 훈련으로 여기기를 받아들일 때, 그것이 가지는 쓰라림이나 심지어 모욕적인 것도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선택했으며, 다만 그것을 전적으로 소유하고 가능한 한 가장 잘 음미하도록 했다. 더할 수 없이 지루한 일이라도, 거기에 열중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나의 마음에 들기만 하면, 힘들지 않게 이루어졌다. 한 대상이 나에게 혐오스럽게 느껴지면 곧, 나는 그것을 검토의 대상으로 삼고, 거기에서 즐거움의 동기를 이끌어내도록 나 자신을 능란하게 강제했다. 예견치 못했거나 거의 절망적인 사태, 적군의 매복이나 해상 폭풍우 같은 상황에 마주쳤을 때, 다른 사람들에 대한 모든 조처가 취해진 후, 나는 그 우연을 환대하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예기치 못한 것을 즐기기에 전념하는 것이었는데, 그러면 그 매복이나 폭풍우는 마찰 없이 나의 계획이나 갈망 속에 통합되는 것이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1권, p.79~80, 민음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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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 Willow Flower, 백종관 Paik, Jongkwan, 7분 27초, HD, 2013

양화대교는 하지 않았어도 될 공사 때문에, 2년 동안 기형적인 ‘ㄷ’자 형태로 서 있었다.
난데 없이 한강 위에 등장하게 된 레이싱 트랙.
이 으르렁대는 괴물은 밤마다 매혹적인 이미지들을 뱉어낸다.

(2013 제10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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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Bowie , “Jump They Say”
Directed By Mark Romanek

Criterion에서 발매된 DVD, “Two Films by Chris Marker: La Jetée/Sans Soleil”에는 데이빗 보위의 뮤직비디오 “Jump They Say”에 대한 짧은 부록 영상이 포함되어 있다. 뮤직비디오 대신 수록되어 있는 이 짤막한 다큐먼트의 뉘앙스는 DVD의 주인공인 마커 못지 않게 보위도 대단한 아티스트라는 ‘당연한’ 얘기. 마커의 “환송대”에서 영감을 얻은 것임이 분명한 이 뮤직비디오에서 보위가 맡은 역할처럼, 보위는 미래에서 온 생명체일 것이라고 내레이터는 운을 띄운다. 그렇기 때문에 보위가 늘 한 발 앞서 펑크에서 뉴웨이브까지, 글램록에서 테크노까지 온갖 장르를 종횡무진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마커의 작품집에 조금은 뜬금없이 보위가 등장하게 된 것은 어쨋든 이 뮤직비디오 “Jump They Say” 때문인데, 사실 이 뮤직비디오를 통해 주목해야 할 사람은 보위가 아니라 “Jump They Say”의 감독 Mark Romanek이 아닐까 싶다. 다시 한 번 “Jump They Say”를 보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환송대”의 고문 장면을 인용한 장면이기는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고다르의 “알파빌”과 큐브릭의 “시계 태엽 오렌지”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로마넥이 흥미로운 점은 “Jump They Say”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레퍼런스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역시 로마넥이 만든 뮤직비디오인 Madonna의 “Bedtime Story”를 보면 무려; 파라자노프의 “석류의 빛깔”, 타르코프스키의 “스토커”에서 가져온 설정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마크 로마넥의 최근 작업 중 인상적인 것은 Jay-Z와 함께한 “Picasso Baby”(with “Picasso Baby: A Performance Art Film”)이다. 이 작업은 로마넥이 Marina Abramovic의 퍼포먼스 “The Artist is Present”에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인데, “Picasso Baby”에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The Artist is Present”의 다큐멘터리 필름은 현대카드 디자인 갤러리에서 상영중…)

2013.10.4
   

“Never Let Me Go”가 이 양반이 만든 영화다. 하…
“나를 보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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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송전탑 분신 자결의 진상 /이계삼

‘밀양 송전탑’ 전력난 때문? MB사기극 뒤처리 위해

[송전탑, 무엇이 문제인가] 도시는 땅속으로, 농촌은 땅위로… 고압 송전선 ‘도농 차별’

[인터뷰] 주민들 ‘내가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

밀양 송전탑의 진실을 알리는 10문 10답 

2013.10.01 첫날 상황정리

 

‘밀양 송전탑’ 뉴스
트위터  https://twitter.com/765Kv_OUT
블로그  http://my765kvou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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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한 방)

 

‘타이포잔치 2013′ 전시에서 [서점들] 섹션을 보고,
예전에 방문했었던 몇몇 서점들을 떠올려 봤다.
그 중 ‘색깔(!)’이 가장 뚜렷했던 곳은 ‘Socialist Action’.

   이름 그대로 ‘사회주의 행동’ 연맹의 오프라인 거점이기도 한 이곳에서는 [Socialist Action]이라는 신문을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었고, 판매하는 대부분의 책들은 역시 사회주의 관련 서적들이었다. 위 사진에도 조그맣게 보이지만, “운영시간에 문이 닫혀있을 경우에는 화살표 방향의 벨을 눌러주세요’ 라는 문구가 문에 붙어있었다. 내가 갔을 때도 문이 잠겨 있었는데, 벨을 누르니 수염을 기른 젊은 남자가 서점 안 쪽에서 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관광객인데 그냥 잠깐 책 좀 보고 가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그러라고 하면서 어디서 왔는지 내게 물어봤다. 내가 “코리아”라고 대답하니 그는 바로 내게 물었다. “North? or South?” 남한에서 왔다고 하니, 그러냐고 하며… 자기는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인터내셔널대회에 얼마 전 다녀왔는데 거기서 North 친구들을 만나 같이 놀았었다는 얘기를 해줬다. 그리고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South는 지금 괜찮냐고 물어왔다(한창 정일씨가 미사일 드립을 날리던 시기였다). 크게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고 얘기해주고, 계속 서점을 둘러보았다.

Socialist Action 웹페이지: http://socialistaction.org/

 

 

   같은 날 비트닉의 본산, ‘City Lights Bookstore’에도 들렀다. ‘City Lights’에서 ‘Socialist Action’ 으로, 거기서 다시 ‘LaborFest’로. ‘LaborFest’는 우리로 치면 ‘노동영화제’같은 행사. 조그마한 극장에서 영화제 한 섹션을 보고 나왔다. 그때 필름으로 찍었던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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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orFest 상영이 있었던 극장, ‘Roxie Theatre’ 안에서 상영 전 잠깐 찍은 사진. 나름 ‘극장’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 규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작은 공간이었다. (앞뒤 폭은 필름포럼 상영관 크기만한데 좌우 폭이 필름포럼의 2/3 정도?) 관객은 나를 포함해 열 명 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왠지 ‘우리는 하나’라는 보이지 않는 연대감을 그들에게 강하게 느끼며 영화를 보았던 기억.

이 날의 프로그램
International Working Class Film & Video Festival

Breyani and The Councillor (22 min.) 2006 South Africa
By Sally Giles & Fazel Khan 
This film shows the struggle for decent housing and jobs in a township in Durban. The residents begin to struggle for justice and are met with repression. 

Rail Against Privatization (60 min.) 2005 UK
By Platform Films
This tells the story of the effort to fight the privatization of British Rail which was carried out under former PM Thatcher and now continued by “New Labor” PM Tony Blair. http://www.rmt.org.uk

Dangerous Containers (6 min.) 2006 
By Fire Brand Productions
This documentary tells the story of Ms. Florida and the disaster that befell her when an overloaded container from the port of Miami collapsed on her car. It was made by the Teamsters union to educate people about the dangers on the road and the lack of protection for truck drivers who speak out.

Hector Girado, A Colombian Story (25 min.) 2004
By Julie E. Rosenberg
Dozens of Colombian trade unionists, in order to escape death sentences, were forced to come to the United States. This film tells the story of Hector Girado and his visit to the United St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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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다는 것

마치, 생트 콜롱브의 오두막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그의 연주를 듣기 위해 얼어붙은 나무판자에 귀를 바짝 대어보는 마랭 마레처럼, 펼쳐진 책장 사이에 문득 머리를 박고 세상의 모든 아침 속에 연주될 음악들을 기다린다. 마레가 축축한 오두막 밑에서 3년을 넘게 기다려 조우할 수 있었던 콜롱브의 작품들, 루이 14세가 그렇게 듣고 싶어 했던 콜롱브 부녀의 삼중주, 마들렌의 병상 앞에서 마레가 연주했던 [꿈꾸는 여인]은 과연 어떤 선율을 담고 있었을까. 책과 독자인 ‘나’를 둘러싼 당연한 침묵 속에서도 부질없는 시도를 행하는 까닭은, 파스칼 키냐르의 세계 속에서 등장하는 음악은 늘 침묵에 수렴하는 순간에 작은 기적을 일으키기 떄문이다.   

   생트 콜롱브가 비에브르강 물결을 바라보다 ‘몰아’의 경지를 체험하고 오두막으로 돌아와, [회한의 무덤]을 “거의 소리가 나지 않게 연주”했을 때, 그는 처음으로 죽은 아내와 재회할 수 있었다. <은밀한 생>에서 ‘나’는, 네미 샤틀레가 피아노를 치지 않으면서도 피아노를 치고 있음을 감지한다. 그 “소리 없는 피아노”를 떠올리며, 모든 곡들이 무성으로 연주되는 연주회장을 상상해 보는 ‘나’. ‘나’는 제아미 모토키요라는 15세기 일본의 한 작가가 고안한 침묵의 악기를 소개한다. 가죽이 아니라 비단으로 씌워진 이 북은 두드리는 자에게 “가장 깊은 침묵만을” 끌어낼 뿐이다. 그 침묵에 비관해 한 남자가 호수에 몸을 던졌을 때, 그를 집어삼킨 호수 표면의 마지막 물결이 지워지는 순간, 그제서야 북소리는 공간을 채우고 ‘공주’는 익사자를 욕망하며 죽은 자를 불러내려 한다.

   마랭 마레와 생트 콜롱브는 실존했던 인물들이고 실제로 그들이 만든 곡들이 파스칼 키냐르의 소재로 쓰인 까닭에, 소설 <세상의 모든 아침>에 등장하는 음악이 궁금하다면 역시 키냐르의 작업이라 할 수 있는(그가 각본을 다듬고 그의 친구 조르디 사발이 음악을 담당한),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의 사운드트랙을 듣는 것으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오지 않”고 그 각각의 재현이 완벽할 수 없듯, 조르디 사발이 연주하는 [바디나주]와 소설 속 마레가 연주하는 [바디나주]는 전혀 다른 것이다. “1689년, 23일째 되던 날 밤” 마침내 이뤄진 콜롱브와 마레의 합주를 듣기 위해서, 독자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아니라 ‘침묵’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침묵 속에서 ‘나’의 삶을 키냐르의 시간과 교환하여 콜롱브의 오두막 밑에 몰래 숨어들어가는 수 밖에.

   기억해야 할 것은, 콜롱브의 얘기처럼 침묵 그 자체가 “진정한 음악”은 아니라는 점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스스로의 존재를 비웠을 때, 책 속의 삶들이 독자 안을 채울 수 있는 것처럼, 침묵은 하나의 가능성이자 전제조건이 된다. 강풍 속에서 아리아의 저음을, 소년의 오줌 소리에서 꾸밈음 스타카토와 반음계 하강음을 발견해 내려면 침묵이라는 이름의 프리즘이 필요한 것이다(물론 침묵을 통과한 침묵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다면 ‘나’라는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어떤 음악으로 비춰질 수 있을까. 콜롱브가 마레를 제자로 받아들였던 것이 마레의 망가진 목소리, 그 속에 배어나왔던 고통 때문이었던 것처럼, 귀가 열려있는 누군가에게는 ‘나’ 또한 하나의 소리, 어떤 음악으로 각인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적어도 키냐르의 책을 읽고있는 순간 만큼은 그리 나쁘지 않은 음악으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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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quency resonance
 
[이빨, 다리, 깃발, 폭탄]
(Frequency Resonance, 36min)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2013
“글로컬 구애전 단편2″
2013.10.17(목) 17:00, 서울아트시네마
2013.10.22(화) 19:00, 서울아트시네마 


시놉시스

라디오를 듣는다. 돼지들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출연을 고사하고, 서울은 재개발에 여념이 없다. 영사기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삼룡은 절규하며 불속으로 뛰어든다. 군부 독재는 대학가요제를 만들고, 가요제에서 Caetano Veloso가 노래한다. “이빨, 다리, 깃발, 폭탄 또는 브리짓 바르도”.

 
 
연출의도
 
라디오를 들을 때마다 듣고 있던 방송을 계속 녹음해 왔다. 그렇게 수년간 만들어진 사운드 아카이브는 내가 언제, 어떤 주파수에 머물러 있었는지가 기록되어 있는, 축척이 묘연한 지도(Map). 이어폰으로 라디오를 듣는 순간에는 지각되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제 각각의 파형을 이루며 논다. 때로는 서로 우연히 공명하는 사운드와 이미지의 파편들을 모아 만든 에세이.
 
 
 
……
각각의 사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러자 낮은 차원의 함수-관계를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재료들이 되어버렸다. 피아노 연주를 상상했다. 건반 위에서 한쪽 손으로는 사운드, 다른 쪽 손으로는 이미지를 연주하는 것이다. 바흐의 대위법처럼, 양손의 연주를 통해 몇 가지의 테마/멜로디들이 은연중에 느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모든 사운드는 직접 녹음한 아래 라디오 방송들로 구성했습니다.
 
Program

2009.08.23  KBS Cool FM 이현우의 음악앨범
2009.06.23  EBS FM Power English (김네모)
2008.05.27  제366차 민방위훈련 라디오 실황방송
2006.03.09  EBS 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신현준)
2009.06.29  KBS 1Radio 신성원의 문화읽기 (한유주)
2008.06.20  MBC FM4U 오늘아침, 이문세입니다 (Ditto)
2008.06.06  EBS 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심보선)
2008.08.29  MBC FM4U 푸른밤, 성시경입니다 (김태훈)
2009.06.09   SBS 러브FM 최백호의 낭만시대
2008.08.05  Sound Effects Seoul Radio 2008
2009.01.23   MBC 표준FM 이외수의 언중유쾌
2006.01.05   원음방송 한밤의 음악여행 (볼빨간, 백종관) 
2008.11.05   EBS 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강정)
2008.05.31   EBS FM Morning Special 
2006.11.18    MBC FM4U 이주연의 영화음악 (이송희일)
2008.07.05  EBS FM 정보타임 뉴스

2007.04.13  KBS 클래식FM FM 가정음악/ 고양이 2중창
2007.11.16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2007.07.27  EBS FM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 (김영진)
2008.06.25  EBS FM 정보타임 뉴스
2008.06.11  EBS 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2007.10.06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윤종신입니다
2008.07.21  KBS Cool 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정훈희)
2009.06.12  SBS 러브FM 이봉원 박미선의 우리집 라디오
2008.04.22  EBS FM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 (백현진)
2009.08.08  국악방송 행복한 문학 (황덕호)
2007.04.26  EBS 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고지연)
2010.01.16   MBC 표준FM 손석희의 시선집중 (한승헌)
2008.08.31  KBS 클래식FM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
2009.08.08  불교방송 강민석의 세계음악여행
2008.04.30  EBS 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2008.05.29  EBS 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황혜림)

2008.03.07  EBS 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박민규)
2009.12.27   KBS 1Radio 신성원의 문화읽기
2008.05.08  KBS Cool 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2008.12.12   EBS FM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 (정연두)
2009.07.18  EBS FM 세계음악기행 (박창학, 윤상)
2008.10.13   KBS 클래식FM 명연주 명음반 (정만섭)
2008.07.01  Arirang Radio Oldies but Goodies (한대수)
2009.06.01  SBS 러브FM 최백호의 낭만시대
2008.09.16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
2009.08.18  MBC 표준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2007.09.26  EBS FM 추석특집 3일간의 문화읽기 (한영애)
2006.02.23  EBS 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방성영)
2008.10.12  EBS 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2008.04.21  KBS Cool 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2008.06.15  KBS 1Radio 신성원의 문화읽기
2009.04.19  KBS 클래식FM 당신의 밤과 음악 (이미선)

2008.07.15  KBS Cool 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유영석)
2007.11.02   MBC FM4U 이주연의 영화음악
2008.01.31   EBS 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배순탁)
2008.05.26 KBS 1Radio 정용실의 문화포커스 (배창호)
2009.10.01  EBS FM 루시드폴의 세계음악기행 (박창학)
2007.10.17   EBS FM Morning Special (Darcy Paquet)
2008.05.21  KBS Cool 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함춘호)
2006.08.26  EBS FM 김민웅의 월드센터 (홍세화)
2008.09.05  MBC 표준FM 변창립의 세상 속으로
2008.05.12  EBS 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박경)
2008.02.22  EBS 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정원영)
2008.10.26  EBS 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방준석)
2009.05.24  불교방송 강민석의 세계음악여행
2007.08.25  EBS 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최세희)
2007.12.27   EBS 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배순탁)
2008.10.12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Omara Portuo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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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댄스 씨어터 공연 ‘Access’
2013.9.13-14

안무: 조형준, 정영두
출연: 이효선, 한정미, 현지예, 김지혜, 공영선, 조형준, 정영두
장소: 아라아트센터 ECM 라운지
주관: GLINT, ECM

 

줗은 공연, 반가운 사람들…
엉겹결에 하지만 즐거웠던 촬영,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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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에는 한적한 어느 숲 속의 풍경이 펼쳐진다. 약간 흐린 날씨. 프레임 오른쪽 아래에는 작은 오두막 한 채가 보인다. 멀리 산 중턱에 보이던 비구름이 서서히 다가와 내려 앉고, 숲에는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산새 몇 마리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 낮게 날아다니다 다시 어디론가 사라지고 빗줄기는 굵어진다. 거의 반 시간에 달하는 하나의 긴 컷이 진행되는 동안 카메라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비슷한 길이의 나머지 계절별 컷에서도, 마찬가지로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은 채 정확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앵글로 그 공간을 바라본다. 마치 스크린의 크기만한 거대한 풍경화가 2시간 동안 극장 안에 걸려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 그림은 살아있으며, 객석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프레임 안, 숲 속에서는 어떤 그럴듯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데 실은 숲 그 자체, 대자연이라는 존재 자체가 (희미하지만 절대적인) 사건이다. ‘봄’에는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들, ‘가을’에는 오두막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겨울’에는 흩날리다가 서서히 내려 앉는 눈송이들이, ‘여름’에는 해가 지면서 숲 위로 깔리는 어둠이 타임라인을 지배한다. 가만히 앉아 오랜 시간 스크린을 지켜보아야만 사건의 정수에 접속할 수 있는, 이 평범하고 느린 풍경들이 만들어내는 감동의 힘은 의외로 강력하다…

   이 감정의 동요는 영상뿐 아니라 James Benning의 나레이션에도 기인하는 것이었다. 베닝은 자연 속에 살며 ‘도시’를 공격했던 테러리스트, Ted Kaczynski라는 인물이 남긴 몇 개의 글을 낭독한다. 문명과 산업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카진스키의 메시지가 베닝의 목소리를 빌려, 절대 동요하지 않는 자연의 풍광 위에 쏟아진다. 그 평화로운 장면 위로 베닝의 나레이션(카진스키의 글)이 연상시키는 도시의 각종 시각공해물들을 떠올리는 순간, 스크린 위의 그 풍경이 더 이상 평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리고 베닝은, 일면 ‘현자’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그 테러리스트로부터 거리두기를 잊지 않는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카진스키의 테러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밝혀진 희생자 3명의 이름이다.)

 

   9월 6일, 서울국제실험영화제에서 “Stemple Pass”를 보고 왔다. 영화제에서는 감독 제임스 베닝의 요청에 의해 영상에 한글 자막을 입히는 대신 베닝의 나레이션을 요약한 글을 출력하여 관객들에게 나눠 주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베닝이 왜 그런 요청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달리 말하자면 그 프레임 안, 숲 속의 모든 작은 움직임들이 관객들 각자에게 사건으로 성립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화면의 일부를 가릴 수 밖에 없는 자막은 허용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 걱정스러운 부분도 좀 있었다. 다행히도 나는 영화 시작 전에 일찍 도착하여 출력된 나레이션의 내용을 충분히 읽어보고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베닝의 의도(?)와 가까운 상태로 관람이 가능했지만, 만약 영어 듣기 능력이 충분하지 못한 관객이 출력물의 정보를 접하지 않고 영화를 보았다면, 즉 베닝의 나레이션을 그저 하나의 사운로만 감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면 영화는 완전히 다르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보다가 잠들 수 있는 확률도 더 높아질 것…). 혹시 앞으로 “스템플 패스”를 보게 되는 분들은 꼭 카진스키가 남긴 글과 행적들을 대충이라도 살피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레이션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technology will acquire something approaching complete control over human behavior”.
  이 나레이션이 흘러 나올 즈음, 내 앞에 앉아있던 관객은 스마트폰을 꺼내 한참을 만지작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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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러한 형식 분석의 가능성을 노엘 버치는 한두 편이 아니라 수많은 영화 속에서 순전히 경험적인 방법으로 찾아냈다. 그는 이 많지 않은 분량의 저작에서만도 200편에 가까운 영화를 언급하고 있는데, 비디오테이프도, DVD도, 인터넷도 없었던 시대에, 수많은 꽃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꽃가루를 모으는 꿀벌처럼, 영화관에서 만난 수많은 영화들에서 실험과 혁신들을 하나하나 수집해서 장대한 풍경을 펼쳐 보인다…”

[영화의 실천], ‘옮긴이 해제’ 중에서.

 

   드디어(!) 이윤영 선생님께서 번역하신 [영화의 실천]이 출간되었다. 작년 1학기, [영화의 실천] 영역본을 텍스트로 강의하시면서 매 챕터, 직접 번역하신 내용을 학생들에게 나눠주셨었으니, 이미 한 번 이상 번역을 완료한 텍스트를 또 1년 이상 다시 검토하신 셈이다. 책을 받자마자 그 문제의(?) ‘개정판 서문’, 내가 발제를 맡았던 5장의 내용 그리고 옮긴이 해제부터 먼저 읽어보았다. 서평은 뒤로 미루고… 그런데 옮긴이 해제, 그 중에서 위에 소개한 부분을 읽다가 고개를 갸우뚱. ‘꽃가루를 모으는 꿀벌’이라니, 꿀벌은 꿀을 모아서 꿀벌 아닌가? 검색을 해 보았더니 꿀벌은 꿀 뿐만 아니라 꽃가루 역시 모은다고(생물 시간에 많이 맞았던 게 다 이유가 있다). 꽃가루는 꿀벌에게 매우 중요한 식량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선생님 덕분에 난데없이 생물 공부를 하고나니 마침 최근에 극장 스크린에서 만났던 또 다른 꿀벌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파리 국립 오페라 발레단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 <La Danse>. 무용을 다룬 영화라는 점보다 Fredrick Wiseman의 영화라는 점 때문에 궁금증을 못 참고 잽싸게 보고 왔다. 역시나 단지 ‘무용’과 ‘무용수’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댄스 씨어터를 구성하는 다른 많은 물질적, 비물질적요소들에 또한 주의를 기울인 다큐멘터리라 (이제 새롭지는 않지만) 흥미로웠다.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양봉’씬. Palais Garnier 안에만 머물던 카메라가 갑자기 옥상의 풍경을 비추는데, 거기에는 한 남자가 양봉 작업을 하고 있다. 얼마간 꿀벌들과 bee-keeper의 풍경을 관찰하던 카메라는 그리고 다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극장 안으로 들어간다.  

  오페라 극장 지붕 위의 양봉 장면에 많은 사람들이 궁금증을 가졌던 모양이다. 영화가 처음 공개되었던 2009년 당시의 기사 몇 개를 찾아보니 그 장면이 꽤 자주 언급되어 있는데, 정작 와이즈먼은 그 장면에 대해 별 말이 없었다. [Film Forum]에서 진행했던 인터뷰에서는 양봉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http://www.filmforum.org/more/podcast_archive). “그 극장 지붕 위에 꿀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거기서 나온 꿀을 극장 샵에서 진짜 판매하고 있는데 장사가 영 시원치 않은 것 같더라구요. 그 장면을 보여주면 꿀 파는데에 좀 도움이 될까 싶어서… (웃음)

  와이즈먼의 대답은 농담이었지만, 거기에는 진심이 묻어있다. “I wanted to show that there were bees on the roof of the Paris Opera Ballet”… ‘거기 있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 자체가 그의 작업이다. 그런 차원에서 무용수들이 몸을 움직이는 장면과 비키퍼가 양봉작업을 하고 있는 장면에는 위계가 없다. (어떤 평론가는 양봉씬을 두고, 안무가, 무용수들이 발레단 디렉터 Brigitte Lefèvre의 카리스마 하에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여왕벌과 일벌의 구도로 빗댄 명백한 은유라고 쓰기도 했는데, 이는 과도한 해석으로 보인다.)

  영화 한 편 더. Lisandro Alonso의 <Los muertos>. 별다른 플롯이 존재하지 않는 이 영화는 ‘바르가스’라는 인물이 감옥에서 출소한 후 그의 딸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 여기에는 ‘충격적인’ 영상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 중 하나는 바르가스가 고목에 연기를 피워 커다란 벌집을 통째로 채집해 꿀을 빨아먹는 장면이다. 알론소도 와이즈먼처럼 관객들에게 친절하지 않다. 바르가스는 와이즈먼의 카메라처럼 문득, 그러나 태연하게 벌집을 통째로 나무 속에서 빼내어 챙긴다(그리고 또 염소의 배를 가른다). 감독의 그런 천연덕스러움이 ‘왜 당신은 이 장면(영화)을 통해 충격 혹은 당혹감을 느끼는가’라고 묻고 있는 듯 하다. 이미 어떤 ‘영상 문화-문법’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 마트에서 말끔하게 포장되어 있는 꿀단지만을 구매해 본 사람에게 알론소가 보여주는 세계는 너무 낯선 것이다. 그런데 그 세계는 외계에서 갑자기 침입한 것이 아니라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 우리가 잊어버린 과거이고, 돌아볼 여유없이 폐기해버린 ‘가능성’의 흔적들이 아닌가…

  노엘 버치는 정말 “꿀벌처럼” 수많은 영화에서 꽃꿀과 꽃가루를 모아 이것을 토대로 [영화의 실천]을 썼다(이윤영 선생님의 감탄처럼 “비디오도, DVD도, 인터넷도 없던” 그 시절, 버치의 아카이빙이 얼마나 힘들었을 지는 적지 않게 발견되는 버치의 ‘인용 실수’들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실천]이라는 벌집 속에서 가장 달콤한 꿀이 들어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IMR이 아니라 PMR(Primitive Mode Representation, 원시적 재현 양식)이 숙성된 부분일 것이다. 거칠게 분류하자면 와이즈먼의 영화도, 알론소의 영화도 모두 이 ‘원시성’에 더 가까이 위치해 있다. 관객들을 스펙터클 속에 끌어들이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영화가 아닌, “카메라가 보여주는 것의 바깥”에 관객들을 위치시키는 영화들. [영화의 실천] 속에서 버치는, 관객을 “멀리 있는 관찰자”로 만드는 영화 목록을 쌓아갔다. 그리고 이제, 그 여정을 쫓는 것이 참 달달하다. 영역본으로 읽을 땐 참 힘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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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당스>보다 더 재밌을=_= <춤, 극장을 말하다>(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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