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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오몽과의 인터뷰

 

Moderne? : Comment le cinéma est devenu le plus singulier des arts

이정하 선생님이 번역한 자크 오몽의 [영화와 모더니티]에서,
“자크 오몽과의 인터뷰”
(2008년 2월 17일, 19일, 인터뷰어 이정하)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지이며, 영화는 시각예술이고, 영화 이미지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미지가 재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지의 형상화 작업이라는 것(후에 ‘형상성figural’이라 부르게 된 것)이 이 책(끝없는 시선L’oeil interminable)의 미학적 테제이다…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이에 일반적으로 흥미를 가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 ‘이미지로서의 사고’ 혹은 ‘시각적 사고’의 창조이다. 이것은 이야기가 허술하거나 말도 되지 않는 영화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물론 아주 창조적인 이야기체를 보여주는 영화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왜 시각적 소여인가. 나의 가설은, 이 시각적 소여들이 우리에게 의미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시각적으로 주어진 것들은 이야기체의 질서와는 다른 질서를 통해 관객에게 ‘작용’한다… 

…만약 이야기가 흥미롭다면 대체로 사람들은 먼저 이야기에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부차적으로 다른 것들에 주목할 것이다. 우리의 일상적인 습관, 교육 때문에, 우리는 이것이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자발적으로 주목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즉 이야기의 망각이라는, 특수한 작업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이야기를 거의 다 잊어버리기까지 하면서… 가능한 한 바라보기 위해…
…영화를 볼 때, 형상 혹은 일반적인 인간 형상들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아주 많은 흥미로운 것들이 새롭게 발견될 수 있다. ‘분석’은 영화에서 흥미롭다고 판단된 형상적 요소들을 포착하는 것인데, 이것이 흥미로운 것은 일반적인 미메시스의 관점에서 투명하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모델과 닮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형상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바로 거기 현재한다. 기형화, 예기치 않은 제스처, 의외의 색채, 흐릿함 등 이미지를 흥미롭게 만드는 수없이 많은 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모두 형상의 작업으로서 현전한다는 것에 일치한다…
…영화에는 이야기의 진행에 반드시 본질적이지 않음에도 거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현상들이 있다. 이것이 형상성이다. 형상성이란 무엇인가. 이미지 내에 무언가가 현전하는 순간, 즉 단순히 미메시스적 관점에서 무언가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이유를 알 수 없이 그대로 거기 현재하고 있는 것이다. 모호하고 수수께끼와도 같은. 우리는 바로 여기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고, 영화가 시각예술이라는 관점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영화에서 무언가를 재현하는 일에 쓰이는 것이 아닌 것에 흥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작업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영화가 존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항상 있어 왔던 것이다

…물론 이것이 영화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점에 나는 동의한다. 영화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영화는 매우 복잡한 사회적 현상으로서, 다른 예술과는 달리, 홀로 시를 쓰거나 – 물론 주변부에서 홀로 시적인 영화를 만들 수는 있다 – 소수의 감상자를 위한, 혹은 소수의 재력가의 소비 대상이 되는 그림들을 그릴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자금의 회수와 다수의 관객을 요하는 산업이다. 영화의 경제는 민주주의의 경제이며, 당연히 다수의 대중의 관심을 촉발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시각예술로서의 영화라는 생각은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다. 영화는 의도치 않게, 다시 말해 그렇게 되려 한 적이 없이 시각적인 예술이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기획이 시각예술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영화의 기획은 오히려 서사예술이 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것이 돈을 벌거나 관객을 끌어들이거나 다른 영화를 만들거나 하는 일, 즉 영화를 사회적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 곧 ‘산업’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각예술이라는 생각이 많은 대중을 끌어 모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이미지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오는 관객은 사실상 극소수다…

당신이 이미지를 바라보지 않는다 해도 이미지는 당신에게 작용한다. 결국 영화는 이것이다.

  

 

4 comments
  1. S says: 2013/03/226:14 am

    나도 이 책 재밌게 읽었는데.

    • nopaik says: 2013/03/306:49 pm

      오.

  2. 아람 says: 2013/12/1912:32 am

    방금 트위터에서 어떤 분과 영화의 재현, 리얼리즘, 물질성 얘기했는데 오몽의 저 마지막 문장에 답이 있네요.

    • nopaik says: 2013/12/2212:11 pm

      저도 늘 고민하는 것들인데… 쉽지 않네요. ‘답’이기도 하면서 ‘질문의 시작’이기도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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